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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꽃 ‘큐레이터’, 공간으로 말을 건네다

Jadam | 201609

처음엔 왕족이나 귀족들이 취미로 즐기는 미술품 수집을 돕고 유물을 관리하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중요한 존재, 큐레이터(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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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이 큐레이터로 변신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인 소더비의 홍콩 경매 ‘동서양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을 전시 기획한단다. 현대 미술 마니아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컬렉터이기도 한 그는 동서양의 현대 미술을 어떤 시선으로 풀어놓을까. 어떤 식으로든 그만의 예술적 취향, 더 나아가 바로 지금 아시아의 젊은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시의 성격은 누가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김치라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법한 아이템이 세계적인 뉴미디어그룹 ‘김치 앤 칩스’와 뮤지엄김치간의 관람객이 함께 함으로써 <김치미소전>이라는 유니크한 쌍방향 설치 작품으로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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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미술관의 모든 곳에 큐레이터가!
언젠가부터 큐레이터(Curator)가 핫한 직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예사, 전시기획자라고도 불린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의 모든 일들을 처리하고 수행하는 사람’(미술 용어 사전)이며, ‘박물관 자료의 수집, 보존, 관리, 전시, 조사, 연구, 기타 이와 관련되는 전문적인 사항을 담당하는 직원’(박물관 법)이다. 담당 업무에 따라 아키비스트(기록연구사), 컨서베이터(소장품 보존 및 처리), 레지스터라(작품 대여 및 구입), 에듀케이터(교육) 등으로 나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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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다
최초의 큐레이터들은 왕족이나 귀족들이 취미로 즐기는 미술품 수집을 도와주고 그들이 갖고 있던 귀한 유물이나 문화재를 관리하는 키퍼(keeper), 관리자의 역할을 했다. 전통적으로 큐레이터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의 기관에서 미술품, 유물, 수집 자료 등을 분석, 연구, 관리하는 기관 종사자, 전문인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관 혹은 기관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독립적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사람 모두를 두루 칭한다. 큐레이터의 여러 업무 중에서 특히 전시기획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연구와 관리의 결과가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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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창조하는 능동적인 크리에이터
전시기획자로서의 큐레이터 업무의 핵심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완성하는 일이다. 전시의 주제를 정하고 작가 섭외, 작품 확보, 공간 구성 및 디자인, 홍보물 제작, 강좌 개설, 도슨트 교육, 행사, 언론 홍보, 예산 집행 및 정리 등 전시의 시작부터 끝,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곳에 따라 각각의 과정이 나눠지기도 하지만 혼자, 혹은 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을 통해 큐레이터는 예술,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조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크리에이터,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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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와 큐레이팅의 힘
현대를 ‘큐레이팅의 시대’라고도 한다. 같은 아이템이라도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전시가 탄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재 화가 반 고흐. 고흐가 세상을 떠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은 세계 어딘가에서 늘 새롭게 전시된다. 고흐가 꽃을 즐겨그려 넣었다는 데서 착안해 고흐의 꽃그림만 모아 연 <아이리스와 장미>(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고흐의 작품과 고흐가 쓰던 화구, 스케치북, 고흐의 작품을 분석하고 복원하는데 실제로 사용되는 장비들을 함께 전시한 <작업 중인 반 고흐>(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일본의 채색 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반 고흐의 작품과 함께 우키요에의 대가 히로시게의 판화전을 동시에 열어 서로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한 <반 고흐, 일본의 꿈>(프랑스 파리 피나코테크), 반 고흐의 작품 세계를 VR, AR, 프로젝션 매핑 등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반 고흐 인사이드:빛과 음악의 축제전>(서울 문화역 서울28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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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팅, 꿈꾸고 상상하는 일
보고 또 봐도 좋은 고흐, 볼 때마다 새로운 고흐를 ‘발견’할 수 있는 건 큐레이터들의 숙련된 감각과 노력 덕분이다. 큐레이터가 펼쳐 놓는 세상을 통해 우리의 감각은 더욱 섬세해지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더욱 넓고 풍요로워진다. 만약 뮤지엄김치간에 간다면 이런 생각을 해봐도 좋겠다. 뮤지엄김치간의 큐레이터는 어떤 의도로 이 공간, 이 전시를 기획했을까. 만약 내가 큐레이터라면 김치와 김장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서 보여줄 수 있을까. 큐레이팅이란 꿈꾸고 상상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사진톤 스튜디오, MRcomm

참고도서<세계미술용어사전>(월간미술 펴냄), <미술전시장 가는 날>(박영택 지음, 마음산책 펴냄), 김달진미술연구소

자문풀무원 ‘뮤지엄김치간(間)’ 설호정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