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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흙 속에 묻힌 가을 보약, 연근

Jadam | 201511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계절에는 몸을 보하는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쉽게 찾아 먹을 수 있으면서도, 먹는 것만으로도 추운 계절을 잘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 중의 하나가 가을 제철 뿌리채소들이다. 그 중에서도 버릴 것이 하나 없다는 연의 땅속줄기인 연근은 대표적인 보약 채소다. 

 

pmo웹진15가을_연근_메인(저)

 

뿌리, 그 생명의 기운을 흡수한다
식물의 뿌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 살아남기 위해 흙에서 필요한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며, 식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양분을 저장하고 호흡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뿌리야말로 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근채류(根菜類)의 경우, 특히 날이 추워지면 뿌리에 저장되는 영양분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지기 때문에 겨울 보약으로 손꼽혀왔다. 뿌리채소의 경우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잎채소에 비해 단백질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을철 우리의 식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근채류 중에 하나가 바로 연근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꽃의 땅속줄기 부분으로 가을부터 수확해서 겨울까지 먹을 수 있는 채소다. 진흙 속에서 가로로 뻗는 이 흰 줄기에서 잎이 되는 줄기도 나오고, 꽃이 피는 줄기도 나오는 것이며, 가을에 몸집이 불어나면 우리가 먹는 연근이 된다. 

위 건강을 돕고 피를 멈추게 하는 흙 속의 진주
연근 하면 연탄구멍 같은 단면의 동그란 구멍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또 하나 연근의 가장 큰 특징은 잘랐을 때 끈적끈적한 가는 실 같은 것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점성이 강한 물질이 바로 연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성분이다. 뮤신(mucin)이라는 이 물질은 당질과 결합된 복합단백질로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벽을 보호해준다고 한다. 니코틴 등 독소 배출도 돕는다고 하니, 음주와 흡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연근만한 식품이 없다. 평소에 위 기능이 약한 사람들에게도 연근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근은 예로부터 지혈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좋은 채소로도 유명하다. 이는 연근에 들어있는 타닌 성분 때문인데, 연근은 코피나 치질은 물론, 위궤양이나 위염, 구내염이 있는 사람, 급성 설사를 하는 사람이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에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거나, 잇몸에서 피가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연근 달인 물을 먹거나 양치하는데 사용하면 좋다.
게다가 연근은 탄수화물 성분이 많은 뿌리채소지만 항염,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비타민C와 철분도 많이 들어있어서 피로회복이나 감기가 걸렸을 때나 빈혈 증세가 있을 때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연근은 진정작용도 있어서 불안하거나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우울함을 느낄 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근,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연근은 주로 조림이나 튀김을 많이 해먹는다. 보통 뿌리채소들은 열로 조리하면 특유의 씁쓸하고 아린 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높아진다. 연근은 떫고 아린 맛이 좀 있기 때문에, 껍질을 벗긴 후 소금이나 식초를 넣은 물에 잠깐 담그거나 살짝 데쳐서 요리를 하는 것이 좋다. 식초를 사용하면 연근이 공기와 닿아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막아주기 때문에 식초는 연근 요리를 할 때 꼭 필요한 재료다. 연근은 변색되기 쉬운 채소라 썰자마자 식초 물에 담그거나, 식초를 넣어 데치는 것이 좋고, 쇠칼이나 쇠냄비도 피하는 것이 좋다.
[‘연근죽순조림’ 요리법 보러가기]

 

pmo웹진15가을_연근죽순조림(저)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연근차
평소에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연근과 은행을 밥에 넣고 같이 지어 먹으면 좋고, 연근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다면, 연근을 튀겨서 설탕 시럽에 버무려 맛탕으로 해서 내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부터 겨우내 연근을 곁에 두고 계속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연근차를 권한다. 연근에 붙어 있는 흙을 깨끗하게 털어내 말갛게 씻은 후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이 풍부한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썬다. 그리고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물기 없이 바싹 말린다. 이렇게 마른 연근을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약한 불로 몇 분 정도 덖은 후에 식혀서 보관했다가 끓는 물에 우려서 먹으면 된다. 연근차는 진정 효과가 좋기 때문에 숙면을 하고 싶거나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글을 쓴 전은정은 ‘목수책방’이라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자연, 생태, 농업 관련 책들을 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먹거리에 늘 관심이 많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전은정

사진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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