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는 큰그릇

  • search

  • menu

LOHAS

레스토랑에서 먹은 그 치즈가 더 맛있는 이유

Jadam | 201505

마트 치즈 판매대 앞에서 별안간 궁금해졌다. 마트에서 흔히 사먹는 체다 슬라이스 치즈보다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치즈들이 더 풍미가 있고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집에서도 그 맛있는 치즈를 맛볼 방법은 없는 걸까? 시판 치즈를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0824 자담큰-그린-051

 

“샐러드는 리코타치즈 샐러드로 할까, 카프레제 샐러드로 할까?”
“피자는 고르곤졸라? 아니면 마르게리따?”

요즘 브런치 카페나 캐주얼 레스토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과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메뉴를 고를 때 ‘치킨 샐러드’와 ‘쉬림프 샐러드’ 사이에서 고민하고 ‘콤비네이션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 사이에서 갈등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개인 레스토랑의 메뉴들은 웰빙 무드를 반영해 신선한 채소를 많이 쓰고, 식재료 자체가 핸드메이드이며 무엇보다 치즈의 쓰임새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런치 카페에서 떠오른 리코타 치즈
치즈는 서양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재료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주로 요리의 토핑이나 부재료로 사용돼 왔다. 그러던 치즈가 최근 당당히 요리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지역마다 지점을 낼 정도로 히트를 친 한 브런치 카페의 대표 메뉴는 리코타치즈 샐러드. 애피타이저 정도로 여겼던 샐러드, 토핑에 불과했던 치즈가 메인 요리로 대박을 친 것이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순전히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는데 처음 이 샐러드를 먹어 본 사람들이 “이런 치즈도 있다”며 SNS에 올린 것이 인기의 단초가 됐다. 지금은 웬만한 카페나 펍(pub)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됐지만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리코타 치즈는 확실히 맛의 신세계였다. 레스토랑에서 내 오는 수제피자도 마찬가지다. 배달 피자와는 풍미가 확연히 다르다.

왜 그럴까? 왜 레스토랑에서 먹는 치즈는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사먹던 슬라이스 치즈나 패스트푸드 햄버거 사이에 들어간 치즈보다 맛있을까? 단순히 치즈의 종류가 달라서? 그렇다면 그 치즈는 마트에서 팔지 않는 것일까? 

 

0824 자담큰-그린-026

 

가공치즈 vs 자연치즈, 햄과 고기의 차이?!
우선 레스토랑 치즈와 시판 치즈와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레스토랑 치즈의 대부분은 자연치즈다. 자연치즈란 원유에 유산균과 응유효소, 유기산 등을 가해 응고시킨 치즈를 말한다. 스위스나 네델란드 등 치즈 산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덩어리 치즈가 바로 자연치즈다. 소비자에게 팔 때는 마치 옛날 정육점에서 그러하였듯 전용 칼로 원하는 만큼 잘라 종이에 싸서 판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법하다. 그럼 마트에서 파는 치즈는 자연치즈가 아닌 걸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시판되는 대부분의 치즈들은 자연치즈가 아닌 ‘가공치즈’다. 물론 가공치즈의 원료는 자연치즈다. 가공치즈는 남는 오래된 치즈를 처리하기 위해 고심한 방법으로, 큰 솥에 자연치즈를 한데 모아서 버터, 크림, 분유, 향신료 등을 섞어 녹인 후 재가공한 데서 비롯하였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슬라이스 치즈가 대표적인 가공치즈다. ‘체다 슬라이스 치즈’처럼 주로 가장 많이 들어간 원료 치즈의 이름을 제품명에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치즈인 줄로 착각하기 쉽지만 체다 치즈를 원료로 가공한 제품이다. 유아용 슬라이스치즈도, ‘피자치즈’로 알려진 슈레드 모짜렐라 치즈도, 빵에 발라먹는 크림치즈도 모두 ‘가공치즈’다.

자연치즈와 가공치즈의 맛 차이는 ‘고기’와 ‘햄‘에 비유할 수 있다. 햄은 고기를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이지만 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재현해 내지는 못한다. 고기보다 햄의 인공적인 맛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햄이 고기보다 더 건강한 식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듯이 가공치즈는 자연치즈의 깊고 풍부한 맛을 따르지 못할뿐더러 다양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찜찜함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자연치즈는 곰팡이가 필 경우 그 부분을 잘라내고 먹어도 되지만 가공치즈는 유산균과 효소의 활동이 정지된 상태로 곰팡이가 피었다면 부패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0824 자담큰-그린-040

 

홈메이드도 가능해요, 신선한 생치즈
레스토랑 치즈가 맛있게 느껴지는 두 번째 이유는 신선한 ‘생치즈’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치즈는 자연치즈 중에서도 발효와 숙성을 시키지 않은 치즈를 말한다. 샐러드에 주로 쓰이는 것이 리코타, 커티지, 모짜렐라 같은 생치즈다. 우리가 흔히 ‘피자치즈’로 알고 있는 ‘슈레드 모짜렐라’는 생모짜렐라에서 수분을 빼고 잘게 잘라 유통하기 쉽게 가공한 것으로 샐러드에는 보통 가공하지 않은 생모짜렐라를 쓴다. 모짜렐라와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모짜렐라’라고 하면 보통 물에 담긴 둥그런 두부 모양의 생모짜렐라를 의미한다.

생치즈는 발효와 숙성이라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만드는 법이 비교적 간단하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홈메이드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때 요구르트나 청국장을 집에서 만드는 것이 크게 유행을 해 집집마다 홈쇼핑에서 파는 요구르트 제조기 하나쯤 없는 집이 없었는데 요즘은 치즈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 치즈를 어떻게 집에서 만드나 싶지만 재료 자체는 무척 간단하다. 도구도 따로 필요 없고 우유와 랜넷이라는 응유제를 대신할 식초나 레몬즙 정도만 있으면 된다.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에서도 옥택연이 기르는 염소의 젖을 짜 가마솥에 리코타 치즈를 만들기도 했다. 

 

0824 자담큰-그린-076

 

좋은 우유가 좋은 치즈를 만든다
생치즈의 맛은 발효치즈의 꼬리꼬리한 맛보다는 우유의 맛에 가깝다. 맛이 담백해 그냥 먹어도 되지만 다양한 요리, 특히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샐러드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치즈가 보완해 주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모짜렐라 치즈는 특히 토마토와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토마토와 바질, 모짜렐라가 어우러진 카프레제 샐러드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이지만 바질 대신 시금치나 어린잎을 쓰면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풀무원 ‘자연치즈’ 생모짜렐라는 다른 부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자연치즈로, 순수한 치즈 그대로의 깊은 풍미와 영양을 살려 눈길을 끈다. 철저하게 관리하는 전북 임실 지정 목장에서 생산된 국산 1A등급 무항생제 원유만을 사용한 점도 자연치즈를 찾는 엄마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외식업계에서 시작한 자연치즈 열풍은 이제 가정의 식탁에까지 불고 있다.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해 식품업계들도 자연치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자연치즈의 기준은 무엇일까? 무첨가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원유’가 좋아야 한다. 좋은 우유가 좋은 치즈를 만든다. 좋은 원재료가 좋은 식품을 만든다는 진리를 치즈처럼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박정은

사진톤 스튜디오

요리&스타일링그린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