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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걷기…박물관을 찾는 우리들의 자세

Jadam | 201505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찍어도 될까? 그럼, 우산은 들고 들어가도 될까? 우리를 고양이처럼 우아한 관람객으로 만들어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지켜야할 섬세한 에티켓들. 

 

4층 홀

 

“셀카봉은 사양이에요, 셀카렌즈는 환영합니다.” 얼마 전 서울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문을 연 ‘뮤지엄김치간(間)’ 설호정 관장이 웃으며 건넨 첫인사였다. ‘오래된, 새 박물관’이라는 수식어답게 ‘뮤지엄김치간(間)’에는 수백 년 된 유물들과 김치, 김장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최첨단 인터렉티브 멀티미디어 작품들이 공존하고 있다. 전통의 박물관이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과 ‘핫플레이스’다운 트렌디한 감각이 뒤섞인 곳이니만큼 뭔가 다른 관람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차! 역시 관람의 시작은 ‘에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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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봉은 반입 금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4년 최고 발명품 25가지’ 중 하나로 꼽은 ‘셀카봉’은 문화예술계에서는 최고의 ‘민폐’ 아이템이다. 지난 3월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과 영국 국립미술관은 관람객들의 셀카봉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셀카봉 반입을 금지하는 박물관, 미술관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로마의 콜로세움, 도쿄 디즈니랜드, 영국 축구 프리미어 리그 아스널 홈구장에서도 셀카봉 반입을 막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긴 쇠막대기가 다른 이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누군가(혹은 작품)를 다치게 하는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이 무심코 휘두른 셀카봉에 맞아봤거나 봉에 붙은 카메라만 바라보다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면 더욱 공감이 가는 조치이다. 

 

과학자의방-2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하는 약속
에티켓은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며, 박물관, 미술관 관람 에티켓의 기본은 다른 사람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고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자 지난여름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관람객과 미술관 경영자, 예술 창작자, 예술 애호가 등 여러 분야의 의견을 두루 모아 ‘뮤지엄 매너 캠페인’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캠페인 마스코트로 등장한, 어여쁜 흰 고양이 ‘에티캣(eti’cat’)’. 에티켓이란 단어에 괜히 주눅부터 든다면 고양이 ‘에티캣’처럼 조용하고 우아하게 걷기부터 시작해보길. 타인을 위해 우리 모두가 그날 그 곳에서 지킨 에티켓의 결실은, 각자가 추억하는 ‘박물관에서의 행복한 시간’이니까. 박물관, 미술관마다 저마다의 관람 에티켓을 갖고 있지만 그중 보편적으로 지켜야할 에티켓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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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사뿐사뿐 소곤소곤
옆 사람과의 대화는 잠시 접어두고 작품에 몰두해보자. 금세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조용히 집중하는 만큼 더 잘 들리고, 더 잘 보인다. 박물관 안에서는 소리가 더 크게 울리니 박물관에 올 땐 걸을 때 소리가 크게 나는 구두는 되도록 피하고, 휴대전화는 진동모드로, 통화는 밖에서 한다. 

몸은 새털처럼 가볍게
무거운 짐이나 뒤로 메는 배낭 등은 다른 관람객이나 작품을 건드릴 수 있으니 안내 데스크에 맡기고 들어온다. 움직일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나는 비닐 쇼핑백도! 긴 우산도 마찬가지다. 동선을 방해할 수 있고, 물기로 인해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다. 작품에도 습기가 전해져 좋지 않다. 

오물오물 음식물은 절대 안돼요
음식물은 세계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무조건 반입이 금지된다. 음료부터 과자나 빵은 물론 껌도 안 된다. 무색무취의 물이라도 되도록이면 박물관 내부 카페, 휴게실 등 약속된 장소에서 마시도록 한다. 

사진 촬영은 안 되거나 혹은 조심 또 조심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인심이 야박해서가 아니라 작품의 안전과 저작권 문제 때문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도록. 촬영이 가능한 곳이라도 삼각대와 플래시 사용은 안 된다. 다른 이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고, 강한 불빛은 작품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셀카봉은 거의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때론 다가가 ‘터치’
만져도 된다는 안내문이 없다면 작품을 만져서는 안 된다. 전시된 작품을 만지지 않는 것은 관람의 기본이다. 우리 몸에 있는 유분과 체온, 그리고 입김을 통해 나오는 열과 이산화탄소는 작품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반드시 관람선을 지키도록 한다. 다만,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의 경우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체험해보도록 한다. 

천천히 흐름을 타면서 한발 한발 옆으로
얼마 전 열린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레드카펫에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셀카 자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찾는 박물관에서도 한 작품에 오래 머물러 정체를 유발하거나 감상을 독차지해서는 곤란하다. 좀 더 감상하고 싶다면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로 한발 물러나서 보도록 한다. 

아이와 어른은 꼭 함께
박물관은 놀이동산이 아니며, 작품은 안전 검사를 마친 놀이기구가 아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조용히 감상하는 법을 알려주자. 어른 스스로 에티켓을 지키며 박물관 나들이를 즐긴다면 가랑비에 옷 젖듯 아이도 어느새 기특한 고양이 ‘에티캣’을 닮아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비치된 홍보물, 작품집, 음성가이드를 적극 활용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슨트에게 물어본다. 관심을 가질수록 박물관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방문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박물관 속 공간이나 작품, 운영 프로그램 등에 대해 미리 살펴봐도 좋겠다. 여행을 앞둔 것처럼 설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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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사진톤 스튜디오

도움말풀무원 ‘뮤지엄김치간(間)’ 설호정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