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는 큰그릇

  • search

  • menu

REVIEW

이젠 좀 가볍게 살고 싶다면, <나무로 만든 그릇>

Jadam | 201410

분명 매력적인데 세척이나 관리법이 마음에 걸려 나무 그릇과 감히 ‘썸을 타지’ 못했던 당신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목공 작가 31인이 만든 300점의 나무 그릇이 등장한다.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실용적이기까지 한 나무 그릇의 향연.

 

책누끼-0187

 

내겐 너무 무거운 도자기 그릇들
어느 날 한 지인분이 물었다. “얘, 어디 좋은 그릇 있을까?” “그릇 많으시잖아요?” “내 나이쯤 돼보렴. 도자기 그릇은 무거워서 못쓰겠어. 이젠 뭐든 좀 가볍게 살고 싶어.” 간소한 삶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려준 잡지 <킨포크 테이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제주 소길댁 효리의 블로그 때문이었을까. 주변의 것들이 그렇게 깃털처럼 가벼워지라고 소곤거릴 때 나무로 만든 그릇이 눈에 들어왔다.

예의 바르게 카레를 먹을 수 있는 접시
쓰기 편하고, 심플하면서도 예쁘고,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그런 그릇이 있을까. 말하자면 밥을 예쁘게 뜰 수 있는, 밥알을 흘리지 않고 예의 바르게 카레를 먹을 수 있는 접시 같은 것 말이다. “카레를 정말 좋아해서 내가 직접 먹을 때 쓸 카레 접시를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계속 신경 썼던 부분은 밥을 뜨기 쉬워야한다는 거였어요. 평접시로는 밥이 줄어들면 뜨기가 어려워지죠. 접시 가장자리를 살짝 세워서 곡선을 어느 정도로 만들지 고려하면서 뜨기 쉬운 형태로 만들었어요.” – 마에다 미쓰루의 카레 접시 중에서.

콩 접시, 빵 접시, 나무 머그
<나무로 만든 그릇>(니시카와 타카아키 지음, 한즈미디어 펴냄)에는 이렇듯 편한 쓰임새와 아름다운 형태의 나무 그릇 300점과 이 그릇들을 직접 만든 목공 작가들의 소소한 이야기들, 그러니까 왜 만들었고, 어떻게 만들었으며, 무엇을 담아 먹는지 등 그들의 꾸밈없는 식탁 풍경까지 넉넉하게 담겨 있다. 식탁 위에 놓아두면 풍경이 아름다워지는 콩 접시, 깎아 낸 가느다란 줄무늬가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빵 접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땔나무를 거칠게 깎아 만든 머그들과 마주하다보면 금세 마음이 말랑해지고 포근해진다. 얼음물을 넣어도 보글보글 끓는 국을 넣어도 딱 그만큼만 차갑고 더운 나무의 사랑스러운 온도만큼 말이다.

나무 그릇 관리하는 법도 상냥하게 수록
보면 볼수록 만지고 싶고, 갖고 싶은 나무 그릇이지만 관리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마지막 장에 깨알 같이 적힌 ‘나무 그릇의 손질과 관리에 대해서’를 참고하길. 나무 그릇의 평소 관리법과 윤기가 사라졌다 싶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 간단한 포인트를 짚어 주고 있는데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지만 상식선에서 대응하면 되니 겁먹지 말라며 토닥인다. 손바닥만 한 화분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비루한 ‘살림’ 솜씨이지만 산벚나무 샐러드볼, 박달나무 장아찌접시, 느릅나무 밥공기, 졸참나무 숟가락을 가족으로 맞아 식탁 위에 근사한 숲을 가꿔볼까라는 용기가 생긴 것도 모두 이 상냥한 조언 덕분이다. 대신 이렇게 멋진 나무 그릇들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얻었지만 말이다.

CREDIT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사진톤 스튜디오